- 송승룡 - 반도체클러스터 새만금 유치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칼럼] 최근 반도체 ‘지방이전론’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균형발전 기조가 자칫 한국 반도체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운명이 걸린 핵심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논쟁은 출발점부터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논점은 ‘지방이전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다음 20~30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다.
수도권 단일 축 전략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한국 반도체의 핵심 인프라이자 전략 거점이다. 이는 흔들려서는 안 되며, 어떠한 정책 논의도 이를 전제로 출발해야 한다.
다만 현실은 냉정하다. 전력, 부지, 환경, 인구, 교통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에 근접해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속도전’과 동시에 ‘지속 가능성 경쟁’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수도권 단일 축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 거점을 애리조나, 텍사스, 오하이오 등으로 분산하고 있고, 일본 역시 규슈와 홋카이도를 축으로 지역별 특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만 수도권 일극 구조를 고수해야 할 이유는 없다.
새만금은 ‘이전지’가 아닌 ‘확장지’다
전라북도 새만금은 흔히 ‘지방’이라는 단어로 단순화되지만, 산업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공간이다. 새만금은 기존 산업을 옮겨 심는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설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 단위의 가용 공간이다.
대규모 연속 부지, 항만과 연계된 물류 인프라, 재생에너지 집적 가능성은 국내에서 새만금만이 갖는 조건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전력 문제에서 새만금은 장기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간헐성 문제는 기술로 관리해야 할 과제이지, 산업 입지를 포기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에너지 저장장치(ESS), 수소 기반 저장, 초고압 직류 송전(HVDC) 등은 이미 글로벌 산업계가 선택한 해법이다. 새만금은 이러한 기술을 실증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최적지다.
반도체는 이제 ‘에너지·환경 산업’이다
AI 반도체, 전력반도체, 첨단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 공정은 과거와 전혀 다른 산업 조건을 요구한다. 탄소 규제, RE100, 공급망 안정성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만금은 친환경·저탄소 반도체 생산기지라는 새로운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균형발전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국가 전략이다
균형발전을 정치적 논리로만 치부하는 시각은 이제 재고돼야 한다. 수도권 과밀은 이미 국가 경쟁력의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 에너지, 인구, 안보 측면에서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
새만금 반도체 전략은 지역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 리스크를 분산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지다. 용인을 지키면서 새만금으로 확장하는 이원 전략은 충분히 현실적이며, 오히려 글로벌 표준에 가깝다.
선택을 미루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반도체 산업은 타이밍의 산업이다. 그러나 그 타이밍은 단기 가동 일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찬반이 아니라, 냉정한 국가 전략 논의다.
‘지방이전’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새만금이라는 전략적 확장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K반도체의 다음 30년을 결정할 선택 앞에서,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